1. 정이
지구는 급격한 기후 변화로 폐허가 되어가고 인류를 새로운 터전인 쉘터를 만들어 이주하게 됩니다. 정이의 주인공인 "윤정이"는 딸 "윤서현"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수십 년째 이어지는 내전에서 용병으로 싸우며 수많은 작전을 승리로 이끕니다. 그녀는 전설적인 용병으로 거듭나게 되지만 단 한 번의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됩니다. 그녀의 할머니는 손녀의 생활비 및 교육비 지급 명목으로 그녀의 뇌를 군수 A.I 개발회사 크로노이드에 팔게 되고, 그녀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A.I 전투 용병 개발을 시작하게 됩니다. 35년 이후 정이의 딸인 "윤서현"은 정이 프로젝트의 연구팀장이 되어 엄마인 "윤정이"의 뇌를 가지고 전투 A.I를 개발하게 되는데 연구에 진전이 없자 회사는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됩니다. 이에 딸 "윤서현"은 더 이상 엄마 "윤정이"의 뇌를 이용한 복제를 견딜 수 없어지고 정이를 구하려고 합니다. "윤서현"은 "윤정이"의 뇌를 일반 기계에 넣어주고 그들은 탈출을 시도합니다. 탈출을 하며 겪는 액션 씬은 숨을 죽이게 하며 결국 탈출한 "윤정이"는 산에 오르며 이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2. 배우들의 열연
정이에 나오는 배우들의 만남은 또 다른 기대 포인트입니다. 김현주가 맡은 연합군 측 최정예 리더이자 수많은 작전에서 승리를 이끈 전설적인 용병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작전을 나가기 전 아이에게 안심할 수 있도록 웃어 보이는 그저 한 아이의 엄마일 뿐인데 김현주는 복잡하고도 다양한 자아의 미묘한 차이들을 탁월하게 표현해 냅니다. 또한 탈출 직전 선보이는 고강도 맨손 액션은 보는 이를 사로잡습니다. 강수연은 정이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크로노이드 연구소 팀장 서현역으로 분해 연기하는데 공과 사의 감정을 오가는 표현을 치밀하게 해 냅니다. 특히 엄마를 성적으로 판매하려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알게 되자 엄마인 "정이"를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쓸 수 없다고 판단하여 그녀를 없애려 하다가 정이가 딸의 안부를 물으며 나누는 대화에서 딸 서현은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고 마음이 찢어지듯 엄마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이 부분에서 강수연은 울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표정과 감정선 만으로 그 상황을 표현하였는데 너무 가슴이 아파 울면 소리조차 나지 않는 것처럼 그런 감정을 표현한 것 같아서 더 깊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류경수가 맡은 상훈 역은 정이 개발에 성공해 회장에게 신임을 얻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상훈 역시 회장의 뇌를 복제하여 만든 인물인데 극 중간에 회장이 일시정지하는 듯이 상훈을 멈추는 장면은 어? 싶게 놀랍게 표현해 냈고, 자신이 기계임을 아는 순간의 감정 변화도 세밀하게 잘 표현해 냅니다.
3. 총평
감독은 점점 정보유출이나 복제 같은 것들이 생기는 시대이다 보니 보안을 위해 오히려 유선을 쓰게 되는 시기의 세계관과 사이버 펑크적인 룩이 좋은 소재일 것 같아 베이스로 두고 작업했다고 합니다 또한 정이의 세계관에 얼마나 보는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이에 디자인 촬영, 조명, 세트 등 각 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정이는 한국적인 정서와 비주얼을 담아 내 다른 SF 영화들과 차별화를 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단순 A.I 용병을 개발하는데 초점이 맞혀졌다기보다 죽어서도 끊어지지 않는 모성애와 인간의 탐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A.I용병을 개발하다 성적 대체품으로 돈을 위해 급격히 방향을 전환하고, 뇌 복제가 가능하다는 순간 영생을 꿈꾼 회장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탐욕을 보여주고 식물인간 상태이지만 캡슐 속에서 늙어가며 계속 뇌가 복제되고 있는 정이를 통해 아이에 대한 그리움, 모성애를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딸 서현을 통해 공과 사 그 어느 지점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의 본성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이제 엄마의 인생을 살아보라고 보내주는 딸은 어떤 마음일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러한 정이는 어쩌면 가까울 지도 모르는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 마음속에 누구나 갖고 있을 수 있는 감정들을 잘 표현해 낸 영화 같습니다. 보고 나면 길게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댓글